연애가 극기냐?
"나 어떡해야 하냐?"
조촐한 칵테일 한 잔 앞에 놓고
친구 녀석(남자는 아니다만) 표정이 갑작스레 바뀌었다.
자신은 여전히 많이 사랑하는 남자친구가
마음이 변한 듯한 말을 여러 번 던졌다는 것이다.
군복무 2년여 동안을 묵묵히 버티고
이제 몇 달만 있으면 '민간인' 남자친구를 품에 안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.
그 남자가 전한 대화는 분명 이별을 암시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
여전히 사랑한다기에 쉽게 '그냥 헤어져'라는 말을 할 수는 없었다.
그 아인 계속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
어떤 부분에서 배려를 덜 해줬는지를 곱씹으며 괴로워했다.
연애가 어그러지면
늘 심리적 약자가 자신의 행동을 반성한다.
하지만 반성이 연애에 새로운 확률을 만들어 줄 가능성은
애석하게도 그리 높지 않다.
이미 이별을 암시하는 얘기가 나올 즘은
상대방이 벌써 헤어지겠다는 결심을 반 쯤 한 상태다.
다만 그간 사귀었던 사람과의 정리되지 못한 애정,
나쁜 남자(혹은 여자)가 되기 싫다는 이기적인 도덕심
까놓고 말해 손해 볼 것 없고 당장 맘에 드는 다른 이성이 없으니 지켜보지 뭐 하는 무책임
이런 생각이 든 상대에게 자기 반성은 무의미하다.
"상대에 대한 지나친 배려는 자기 인내심에 대한 지나친 오만이기도 해."
"연애는 극기가 아니야. 그리고 사람이라는 게, 그렇게 몇 번 버틴다고 쉽게 단계가 오르지도 않더라."
비슷한 경험을 했었지만, 결국 당사자는 아니었던 이유로
겨우 두 마디 던져두고 작별 인사를 건넸다.


